김창한의 풍경과 내면을 생각하다

 

  Contemplating on Landscape and Inner World of Kim Chang Han

김석희(경희대학교 교수) - 2019

 

 Kim Seokhee, Professor at Kyung Hee University -2019

  

 

  김창한의 풍경작업은 자연과 내면을 투 트랙으로 보여준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커다란 화폭은 장인에 가까운 정확한 데생으로 구상적 의미의 자연공간을, 심장이 뛰는 박자를 따라 움직인 듯한 붓 텃치를 통해 추상적 의미의 내면공간을 담아낸다.

 

  김창한은 자신의 작품집에서 ‘묘사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단언하는데, 수천 점에 이르는 그의 작품들은 이미 그 과정에서 내면화된 묘사를 포함하고 있다. 이 내면화된 묘사야말로 추상적 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꼼꼼한 묘사에 얽매이지 않고 화폭 전체에 흐르는 리듬과 생동감을 살려내는 데 온몸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그의 그림은 하나의 퍼포먼스다. 그는 실제로 전 세계를 돌며 많은 관중이 보는 가운데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마치 춤꾼이 공연을 하듯 붓을 움직인다. 투박한 듯 정확한 그의 묘사는 거침없는 리듬감으로 역동적인 생명력을 창조한다. 그래서 투박하고, 그래서 유려하다. 투박함과 유려함은 공존하기 어려운 감각이지만, 구상과 추상이 그러하듯 투박함과 유려함이 그의 내면과 화폭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은 그의 작업이 하나의 의식이며 퍼포먼스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전시된 그림은 그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의 기록이다.

 

  그의 과거 작품 중 내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것은 사과나무 시리즈였다. 몇 년에 걸쳐, 혹은 평생에 걸쳐 그가 보았을 사과나무들은 특유의 내재된 묘사와 에너지 넘치는 리듬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Kim Chang Han's landscape demonstrates both the natural and inner world. The large-size canvas that overwhelms the viewers are filled with precise sketches of natural space, and his brush strokes capture the inner world like a beating pulse.

 

  Kim asserts that he is "not preoccupied with descriptions". His oeuvres that reaches thousands already contains internalized descriptions. Such internalized description holds a power to convey an abstract meaning. He is not bound by exact depictions but can lose himself in the flow of rhythm and vitality that envelopes his canvas.

 

   I view his paintings as a performance. He travels around the world and is unaffected by the crowd that surrounds him. He handles his brush like a dancer in a performance. His rough yet precise sketches creates vitality through unhindered rhythms. Therefore it is both rough and elegant. Roughness and elegance are qualities that are hard to coexist, but just like design and abstraction, roughness and elegance rule his paintings because for him painting is a ritual and performance. This is exhibition is a record of his powerful performance.

 

  What moved me the most was the series on apple trees. He observed the apple trees for years, or perhaps decades. These paintings demonstrate a distinct internalized description and energetic rhythm.

 

 

 김창한 개인전 ‘풍경을 통한 내면의 심상’을 다녀와서

 

 Kim Chang Han's Exhibition "Inner Image through the Landscape"

 영축총림 통도사 내원암 주지 진응 - 2019

 

 The Abbot in Tongdo-sa Naewon-am Jineung

   - 2019

 

 

 

 삼복더위에 개인전을 다녀왔다

꽃이 귀한 이 여름 매화Maehwa(Plum blossoms), 벚꽃, 산수유와 중국계림의 절경도 만나고 왔으니 숨이 막히던 더위가 누그러졌다면 호들갑일까?

작품 雪中梅(설중매)Snowy Tongdo-sa Plum앞에서 팔을 벌리고 눈을 감으니 오래된 절집으로 春雪(춘설)이 몰려와 흩날리고 이제 막 봄기운을 느낀 매화꽃들은 꽃망울을 열고 暗香(암향)을 추운 大地(대지)로 내뿜기 시작한다.

 

  그가 그리는 매화는 단순한 梅花(매화)가 아니다.

오래 묵고 뒤틀린 고목이다. 거기서 어렵게 추위를 뚫고 꽃을 피워내는 생명의 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생동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생명의 순환이 그의 작은 매화꽃송이에서 시작된다.

작품이 작가의 감정이 끓어 넘쳐 형성된 것이라면 매화꽃의 결정 에센스다 그는 매화꽃을 찾는 유랑객이다.

 

  처음 通度寺 影閣(통도사 영각 Tongdo-sa) 앞의 홍매화를 그리고 나면 낙동강변의 하얀 눈송이 같은 매화, 지리산 화엄사의 붉은 빛에 지쳐 검붉은 黑梅(흑매) Hwaum-sa – Heuk Mae (The Dark-red Mae), 이름 모를 산야에 홀로 핀 野梅(야매) Ya Mae (The Wild Mae which blooms in deep mountains and fields)까지 살려낸다.

내딛는 그곳에서 화구를 펼칠 때 비로소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을 찾아서 겨울에 피는 매화를 찾아다녔다.

 

  절집에서 꽃을 찾는 다는 것은 자기의 本性(본성)을 찾는 것으로 비유되곤 한다.

김창한 작가는 한반도 남쪽의 봄의 전령사 매화를 시작으로 꽃을 찾아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발길을 옮기려고 준비한다.

  호주에 피는 자카란다 꽃무더기 ·캐나다·미국·러시아·독일·룩셈부르크·프랑스에 피는 들꽃, 미얀마 호수에 핀 작은 수련까지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멀고 먼 여행도 결국 내 자신을 찾는 지난한 인생역정인 것을 그는 꽃을 찾아 부단한 걸음을 내 딛을 것이며 색은 더욱 깊어지고 오묘해져서 많은 이에게 행복과 마음의 위안을 줄 것이다.

이전의 작품세계가 자연의 순환을 그렸다면 앞으로는 내면의 마음을 찾는 구도의 여정이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비약은 아니리라.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옛 선사 비구니스님의 오도송(尋春)으로 작품 평을 대신한다.

 

  온종일 찾아다녀도 봄은 보이지 않고 산 정상 구름 속을 떠 다녔네. 집으로 돌아와 우연히 매화향기 맡으니 봄은 가지 끝에 무르익어 있었네.

 

  그의 작품의 매화와 꽃들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작가자신의 마음이라고 본다. 이번 전시를 끝내고 또 멀리 방랑길을 떠난다고 하니 장도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여러 나라 구름 속을 떠돌다 돌아오면 매화향기 더욱 짙어지리라 기대하면서 ~

 

 

  It was on a hot summer day that I went to see the exhibition.

Am I exaggerating if I say that the summer heat dispersed at the sight of plum blossoms, cherry blossoms, cornus fruit, and mythical landscape of Guilin in China.

As I closed my eyes with my arms wide open in front of the snowy Tongdo-sa plum, I felt spring snow scattering about. Plum blossoms budding in the spring stirred the earth with their delicate fragrance.

 

  He does not draw any just plum blossom.

It is a curled up old tree. It is here where a flower of life blooms by fighting off the cold. I can feel a vitalizing energy in works. A cycle of life starts from a small plum blossom. If this painting contains his exploding emotions, then plum blossoms are the pinnacle. He is a wanderer in search of plum blossoms.

 

  Kim is able to capture so many different plum blossoms. He starts by painting red plum blossoms in Tongdo Buddhist Temple, white plum blossoms on the banks of Nakdong river, darkish red plum blossoms in Hwaeom Temple in Jirisan, and wild plum blossoms in a deep mountain range. When he opens a canvas, spring arrives and flowers bloom. He is in search of himself as well as winter plum blossoms.

 

  It is said that to look for a flower in Buddhist temples is a metaphor of search of oneself.

Kim has sought after plum blossoms, also known as a messenger of spring, in the south of the Peninsula. Now he wants to branch out to a wider world.

Jacaranda in Australia, wild flowers of Canada, America, Russia, German, Luxembourg, and France, and even little water lilies of Myanmar are waiting for him.

 

  We go on a long journey away from home in order to find ourselves. He will continue his search of flowers. With each step, the colors will deepen and turn more profound, giving pleasure and consolation to many.

If his previous works dealt with the changes in season, it seems that he has moved on to the journey of finding his inner world.

 

   I search everywhere yet spring is nowhere to be found. I flew amongst the clouds on top of the mountain. As I return home to smell the scent of plum blossoms. Spring has been ripening on the tip of the branches.

 

  Plum blossoms and other flowers are not just flowers in his paintings. I see them as his heart. He is off to another journey after the exhibition, so I salute all travels. I also hope that he can bring home a stronger scent of plum blossoms after his encounters with the clouds of other countries.

 

 

 

 

 

  향기로운 수행자 ‘매화’ - ‘공空’으로 만개하다

 월간 맑은소리 맑은나라 - 2015,03 

  사찰 매화 그림 - 작가, 김창한

 

  텅 비어있는 하얀 캔버스에 형형색색 색깔을 입히는 것은 ‘채움’의 예술일까 아니면 ‘비움’의 예술일까. 통도사에서 10년 넘게 매화를 그리고 있는 김창한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자신을 비우는 공이라 했다. 울산예술고등학교 미술교사이기도 한 김창한 작가는 통도사의 매화가 봉우리를 맺고 꽃이 만개할 때까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통도사를 지키며 홍매화를 표현하는 데 푹 빠져 있다.

 

  지난 2월 17일 통도사 영각 앞에서 만난 그는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을 소개했다. 꽃잎 하나하나, 나뭇가지 하나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다른 작가의 정밀화와 달리, 그의 그림은 유화, 아크릴로 그린 추상화였다. 꽃잎이 흩날리는 듯하면서도 붙어있는, 밝으면서도 비장한 추위 끝에 찾아온 자장매(慈藏梅)이다. 캔버스 100호 사이즈 3개를 붙인 그의 그림 우측 하단에는 통도사 영각(影閣)에 새겨져 있는 주련이 적혀 있다.

 

 

 

 

 김창한 작가는 작품을 구상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낸다. 이 작품도 2~3년 전 구상했던 것인데, 매화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던 과거와 달리 통도사 매화와 불교의 정신을 오롯이 담은 내면적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특히, 통도사 창건주인 자장율사의 법명을 따 ‘자장매’라 불리는 매화의 그윽한 향기와 자태, 꽃을 피우기 위해 인내한 홍매화의 ‘수행시간’을 표현했다는 것이 다른 작가의 작품과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창한 작가는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또한 수행이다. 비바람을 맞기도 하고,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매화가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듯, 김창한 작가 역시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때론 거친 바람에 훼손된 그림을 보고 당혹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는 소처럼 무심히 상처 난 캔버스에 새 살을 채워나갔다.

 

  하늘이 높고 햇살이 따스해 꽃이 만개 한 날에는 작품 활동이 오히려 어려움이다다. 사진을 찍고자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 때문이다. 예전에는 나무를 보호하는 울타리도 없었기에 원하는 방향대로 나뭇가지를 꺾으며 그림을 방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오랜 시간을 견디며 10년 동안 캔버스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내려놓는 ‘공’이 서서히 그의 마음에서 번져나가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는 물리적인 어려움보다 정신적인 어려움이 더 컸다고 고백했다. 물리적인 어려움이야 견디면 되지만, 작가로서의 한계, 슬럼프 등은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마음이 닫혀있을 때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적었다. 사찰의 구조와 매화의 생김새 등 외적인 조건에 치중해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자장매 뒤쪽에 서 있는 영각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통도사의 역사도, 매화의 꽃잎 낱장부터 향기까지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였다. 자신이 그린 작품에서 한 단계 한 단계 성숙해져 가는 매화를 볼 때면 마치 자신이 성숙해지는 것 같아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는 작품활동을 통해 삶의 고난, 아픔을 남들보다는 수월하게 넘길 수 있게 해주었다고 했다. 순리대로 흘러갈 것은 순리대로, 인내를 요하는 일에는 그저 기다리며 차분히 붓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모든 일은 매듭이 풀리는 듯 했다. 마치 스님들이 수행을 통해 자신을 비워나가는 모습처럼 그의 삶도 ‘환한 등불’과 같았다.

 

  김창한 작가는 처가 식구들의 신심으로 더불어 사찰을 다니게 됐다. 여러 사찰을 따라다니다 보니, 매화 중에서도 사찰에 있는 매화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란다. 스님들이 항상 기꺼이 내주시던 차 한 잔도, 따뜻한 정이 담겨있는 것 같아 편안했다. 그렇게 사찰의 매화에 주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김창한 작가는 2013년 통도사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스님들의 주목을 받았다. 스님들은 김창한 작가의 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매화를 일 년 내내 볼 수 있도록 여러 사찰에 둘 수 있으면 좋겠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찰의 매화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매화란 어느 곳에서 꽃을 피워도 아름다우나 특히, 사찰에 있는 매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신과 사찰의 역사와 미를 지속해서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매화의 개화 과정이 우리가 마음을 내려놓는, 스님들의 수행과 같은 것임을 알리고 싶습니다”고 김작가는 전했다.

 

  한층 다가온 봄, 그의 작품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만개한 매화가 살아 숨 쉬고 있을게 분명하다.

 

 

       

 

 

 

 

 

 

 

자장매(慈藏梅) : 통도사 영각(影閣) - 주련

 

  written in the middle of 2010s

 

 

  오늘은 통도가 영각 앞(자장매가 핀 곳)에 비가 오고 있습니다. 제가 영각 기둥에 있는 멋진 시를 스님께 여쭈었고 그 뜻을 적었는데 한줄한줄 말씀드리겠습니다.         It's raining at Tongdo-sa today.

I asked a monk about the wonderful poem on the pillars in front of the YeongGak building, and he told me:

 

 

 

 

半夜中峰有磬聲 반야중봉유경성

깊은 밤 산봉우리 경쇠소리 들려오니

With the sound of a temple hand-bell rung

Heard from the top of a mountain deep at night,

 

偶逢樵者問山名 우봉초자문산명

우연히 만난 나무꾼에게 산 이름을 물어 보네

I happen on a woodman,

"Do you know what kind of mountain it is?"

 

方月曉聞僧語 상방월효문승어

위에는 달빛 속에 스님 말씀 들리고

A monk teaching in the moonlight from above,

 

下路林疏見客行 하로임소견객행

길 아래 수풀 사이로 지나는 사람들 보이구나

People walking down a mountain trail in the woods,

 

野鶴巢邊松最老 야학소변송최로

학의 둥지 주변이 가장 오래된 소나무이고 = 학은 가장 오래된 소나무에 둥지를 트고

I see the oldest pine tree around a crane's nest and

 

毒龍潛處水偏清 독룡잠처수편청

독룡이 사는 곳이 유난히 물이 맑네 = 용은 가장 맑은 물에 숨어 사네

Sheer clean water where a lone dragon has found its own place.

 

願得遠公知姓字 원득원공지성자

멀리서 공의 이름을 알려고 해보니

Here, far away from the noble man,

I try in vain to know his name.

 

焚香洗鉢過浮生 분향세발과부생

향 사르고 바루 씻으며 덧없는 인생을 보내신다네

But he just spends his time in this transient life

Burning temple incense and washing temple dishes.

(by Noryun from Dang Dynasty, China)

 

  이 시는 당나라 문인 노륜이 지은 시입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그 뜻을 헤아리고 읽어보니 너무 좋습니다. 매화꽃이 더 맑고 청아합니다.

가까이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내일은 더 맑고 꽃이 더 많이 필 것 같습니다.

  On a rainy day like today, it's so nice to read and understand.

The Jajang Mae looks distinct and pure. I would like to show you in person.

I feel the paint will look even better. That's all for today...

 

 

 

 

 

 

 

 

오도송(悟道訟) - 고승들이 불도의 진리를 깨닫고 지은 시가

 

종일토록 봄을 찾아 다녔건만 봄을 보지 못했네

산으로 들로 짚신이 다 닳도록 헤맸네

돌아와 매화 향기를 웃으며 맡으니

봄은 가지 끝에 벌써 무르익었네

 Enlightenment Poem (悟道訟) : Poetry written by a noble monk who has been awakened with the teachings of the Buddha

 

  I find my straw shoes worn out in the mountains and on the plains,

Wandering for spring, all day long to find nothing.

I return to my place to smell the plum blossoms with a smile,

Seeing spring already ripened on the tips of branches.

 

悟道頌 오도송

三十年來尋劍客 삼십년래심검객

幾回落葉又抽枝 기회낙엽우추지

自從一見桃花後 자종일견도화후

直至如今更不疑 직지여불경금의(직지여금갱불의)

『호은(壺隱)』노재환교수

 

삼십 년 동안 칼을 찾던 나그네여

꽃 피고 잎 지는 것 몇 번이나 보았던가.

이제 복사꽃 핀 것을 한 번 본 후로는

더 이상 의심할 것 없어졌네.

 

여기서 오도송(悟道頌)의 뜻을 알아보면 아래 내용과 같이 고승(高僧)들이 부처의 도를 깨닫고 지은 시가(詩歌)를 보고 말하는데 정확한 의미는 선승들이 자신의 깨달음을 읊은 선시(禪詩)를 보고 의미합니다.

 

오도시悟道詩 / 모여니某女尼

盡日尋春不見春

종일토록 봄을 찾아 다녔건만 봄을 보지 못했네

芒鞵踏遍隴頭雲

산으로 들로 짚신이 다 닳도록 헤맸네

歸來笑拈梅花嗅

돌아와 매화 향기를 웃으며 맡으니

春在枝頭已十分

봄은 가지 끝에 벌써 무르익었네

 

망혜芒鞵; 짚신,

농두隴頭; 언덕. / 출전; 鶴林玉露 권6

 

 

 

 

 

 

 

  

 생명의 의지와 마음을 그리는 화가, 김창한의 그림 세계

글쓴이: 도병훈, 2018

 

  “저 매화에 물을 주거라.”  

 

  매화 사랑이 각별해서 수많은 매화시를 남긴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의 유언으로 전하는 말이다. 예로부터 동아시아의 문인 및 예인들은 사군자(四君子)로 꼽힌 매(梅) ∙난(蘭) ∙ 국(菊) ∙ 죽(竹)을 마치 사모하는 연인인양 사랑했다. 군자(君子)란 유교적 이념이 담긴 이상적 인간상으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절조를 지키는 사람을 뜻한다. 문인이나 예인들이 사군자를 사랑했던 까닭은 추운 날을 견디고 인적이 드문 자연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나는 고결한 꽃을 피우거나 늘 푸름을 유지하는 식물이어서 시와 그림의 주요 소재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매화는 ‘모진 추위를 겪을수록 더욱 맑은 향기를 발하고,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그 절개가 드러난다(梅經寒苦發淸香, 人涉艱難顯其節)’는 시구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사군자 중에서도 대나무와 함께 즐겨 그린 소재였다. 주1) 지금도 유서 깊은 고택이나 고찰에 가면 오랜 풍상을 견뎌 온 품격 있는 노거수 매화나무를 볼 수 있다.

 

  이 시대에도 매화가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양산에 위치한 고찰인 통도사를 찾아가 수령 수 백 년 된 홍매인 ‘자장매(慈藏梅)’를 그리는 ‘매화 작가’가 있다. 바로 화가 김창한이다. 그는 2003년 이후 16년 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장매 바로 앞에 이젤을 세워 놓고 캔버스에다 유화로 매화를 그려온 작가이다. 이후 작가는 해마다 이른 봄이면 통도사 홍매 현장 사생 뿐만 아니라 낙동강변, 지리산, 선암사, 화엄사 등지에서 매화를 그려왔다.

  

  얼마 전까지 김창한 초대전이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두’에서 ‘Vital Fantasy 생명의 환희’이란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 전시회에서 그는 그동안 자신이 그려온 매화 작품들과 함께 잠자리, 과수원, 낙엽, 바다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집약해서 보여주었다. 이처럼 그는 엄청난 열정으로 부단히 그림을 그려 온 다작의 작가로서, 미대 재학 시절부터 줄곧 시류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풍부하고도 선명한 색채로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그림을 그려왔다. 대개 그의 화폭은 주요 공간을 배경삼아 대상과 함께 빛 속에서 얻은 순간의 감각을 표현한 강렬한 색채와 생동하는 선적 필 촉으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작가가 추구하는 회화적 표현은 동서 회화가 공존하는 듯한 양면성, 또는 다층성이 두드러진다.

 

  사군자를 주로 그린 옛 문인들은 현장에서 대상을 사생(寫生)하는 대신 대상의 기운이나 운치로서 인간적 정감을 그렸다. 이른바 사의(寫意), 즉 뜻을 옮긴 그림이다. 옛 문인화가들이 그린 사군자 중의 묵매도(墨梅圖) 역시 실물 대상의 형태를 재현한 그림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군자를 그린 문인(文人)들은 시인, 묵객(墨客)은 물론 계층으로는 사대부이면서 대개 삶과 자연 그리고 우주에 이르기까지 학문과 사색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성리학 용어로는 ‘관물찰리(觀物察理)’ 라 하는 바, ‘관찰’과 ‘물리’로 읽을 수 있는 이 개념은 사물을 관찰함으로써 그 이치를 꿰뚫고자 한 학문의 핵심을 드러낸다. 주2) 그러나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진경산수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전통화가들은 실경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사생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전통회화를 그리는 과정은 실물과 닮아야 하고, 닮음으로써 그 대상의 기호가 되어야 하는 ‘유사(類似)의 원리’를 중시한 것이 아니라 비슷하되 차이가 생겨나는 ‘상사(相似)’의 놀이로 볼 수 있다. ‘묵매’와 ‘묵죽’, 그리고 ‘묵란’이라는 말을 쓰는 데서 알 수 있듯, 그것은 엄연히 실물과 다른 그야말로 먹으로 그린 매화요, 대나무요, 난초이다. 원본이 있으되, 원본이 없는 그림이다. 그래서 화가의 몸과 마음의 상태와 결이 고운 명주나 한지의 재질과 먹의 농담과 붓놀림에 따라서는 섬세한 감수성이나 굳센 기질을 드러내는 수묵화가 그려졌다. 그래서 탁월한 전통 수묵화가 보여주는 묵해(墨海)는 넓고 깊으며, 묵운(墨韻)의 변화는 무한감을 준다.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1707~1767)의 ‘묵매(墨梅)’와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백매(白梅)’가 다른 이유는 그들의 오감과 필법과 묵법의 구사력, 그림의 바탕 재질 등과 같은 변인 때문이다.

 

  옛 전통회화 중에서도 먹물과 붓질의 미묘한 변주라는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세계로 형성되는 사의적 수묵화는 거시 세계인 대자연, 또는 우주를 관통하는 키워드와 다르지 않았으니, 그것은 ‘기(氣)’와 ‘운(韻)’, 즉 기의 리듬이었다. 옛 문인화가들은 늘 변화하는 자연, 즉 ‘물경(物境)’을 ‘정경(情景)’으로 교융(交融)했으며, 이런 문맥에서 산수화와 함께 사의적 수묵화의 주요 화목인 사군자화는 문인들의 감성적 소통 방식이었다. 노장(老莊)과 선종(禪宗)의 언어를 빌리면, 산수화이든 매화도이든, 허(虛)와 실(實)의 변주로써 ‘평담(平淡)’과 ‘천진(天眞)’에 이르는 매개체였던 것이다.(*이와 달리 사군자화가 맥 빠진 동어반복으로 상투적인 필묵 유희로 전락했을 때, 그것은 그저 서투른 속된 그림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의 옛 그림도 예술적 성취 면에서는 현대미술과 마찬가지로 그 ‘명’과 ‘암’이 뚜렷하므로 분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김창한 전에서 순환하는 사계를 볼 수 있듯, 그의 그림 역시 사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고 대상을 빌려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전통회화와 일맥상통하나, 현실에 대한 직시와 함께 능동적 의지를 담고자 한다.

 

  자연은 단순히 심미적 감상에 머무는 존재로 파악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개선해 나가는 의지를 담는 매개체로 보고자하며, 사람들의 모습에선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꿈꾼다.

- 작가 노트 중에서

 

  이러한 자신의 의지로 작가는 겨울 잠자리를 상상해서 그리거나 매화와 같은 봄꽃으로 자신의 마음, 즉 소망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는 기나긴 겨울 동안 누구나 바라는 봄을 무수한 꽃봉오리에서 막 개화하기 시작하는, 생명력 넘치는 매화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 글 서두에서 보여준 이황의 특이한(?) 매화 사랑도 결국 봄을 기다리는 마음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전시된 작가의 매화 그림 중에는 화면 속 조형적 요소인 난무하는 선적 율동과 원색적 색채가 서로 상충하는 듯한 그림도 보인다. 작가는 그런 점에 개의치 않고 그리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그림의 소재도 매화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잠자리, 사과 과수원, 바다, 채송화, 달맞이꽃 그림도 볼 수 있다. 소재 불문하고 그의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더욱 독자적인 특성은 표면적인 색채대비보다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가득 차보이며, 이런 점은 서구적 방식의 유화 그림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요소이다. 그 그림들은 순간순간의 감각에 충실하고자 한 붓질을 드러내면서도 투명에 가까운 맑음을 견지한다. 이처럼 무수히 덧칠했음에도 마치 현대의 투명 수채화 같은 맑은 기운은 이정(李霆,1541~1622)의 풍죽이나 최북(崔北, 1720~? ), 김홍도나 고송유수관(古松流水館) 이인문(李寅文,1745~1821), 북산(北山) 김수철(金秀哲,?~? )등의 그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작가가 르프랑 유화물감을 쓰는 이유도 그림의 투명성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주제보다 표현을 중요시하는 태도는 새로운 표현법을 발견한 모든 탁월한 예술가들의 공통점이다. 내가 애쓴 것과 나의 감각적 표현이 이룰 수 있는 예술적 성취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작가의 길은 늘 절벽 위를 걷는 것에 비유된다.

 

  “화가란 제대로 볼 줄 아는 자여야 한다. 미술을 공부한다는 건, 결국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 말이 시사하듯, 모든 그림은 보는 것으로 시작되어 보는 것으로 완성된다. 선사시대 이후 그림은 시대와 지역마다 미학적 관점과 상상력을 확장해왔다. 역사에 자취를 남길 정도의 의미 있는 예술이란 무한한 열정으로 가능한 무수한 도전과 실험으로도 극소수의 작가들만이 성취할 수 있는 차원이며, 감응하기 전은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그림도, 아니 하나의 점, 단 한 줄의 선도 언제, 누가, 어떻게 그리는가에 따라 무한히 다른 표현이 가능하다. 반면에 이전과 다른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그린다는 행위의 반복일 뿐 별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지 못한다. 바로 이 때문에 그림은 가장 쉬우면서도 어쩌면 가장 어려운 행위인 셈이다

 

  작가는 올 3월부터 23년간 몸담았던 교직을 사직하고 전업 작가로 첫발을 뗐다. 이 전시가 끝나면 작가는 파리, 룩셈부르크, 독일로 건너가 전시와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제 작가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모든 작가는 매순간 죽은 후, 매순간 다시 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세계도 크게 4시기로 나누는 데서 유추할 수 있듯, 좋은 작가는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한다. 대학 때부터 그의 그림을 지켜보아온 필자로서는 그의 그림이 좀 더 대범해지는 동시에 더욱 세심해짐으로써 더 높은 예술 세계를 구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위기의 순간도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고 미지의 세계와 소통하는 길을 열어젖히는 계기만 될 수 있다면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이 되듯, 그림을 그리고 감상하거나 해석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생각하면서, 대상이나 세계를 어떻게 감응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다시 정의하는 실천 행위이기 때문이다.

 

 

  주1) 매화는 중국 북송(北宋)의 비구니인 화광(華光) 중인(仲仁)이 묵매법을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땅에서는 고려시대 인물인 정지상(鄭知常, ? ~ 1135)이 매화를 처음 그린 것으로 전한다. 남송(南宋)의 조맹견(趙孟堅,1199~1267)은 소나무, 매화, 대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 또는 ‘삼청(三淸)’, 즉 세 가지 맑은 것이라 함으로써 후세에 이를 주제로 한 시와 그림과 함께 ‘맑음’의 정신을 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 중기에 와서는 어몽룡(魚夢龍,1566~1617)의 매화 그림이 대표적이다. 5만 원 권 지폐의 매화가 바로 그의 그림이다. 그의 묵매도에 대해 당시 문인들은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세상에 퍼뜨리는 매화의 절개를 강인하고 청신(淸新)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어몽룡의 대표작인 이 <월매(月梅),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는 극적인 대조, 직선과 곡선 이미지를 활용한 시정 넘치는 대비, 하단의 나무 둥치와 수직으로 길게 솟아오른 두 줄기 마들가리의 극적 대비 효과가 탁월하다. 매화와 달을 함께 그린 ‘월매도’는 원래 매초상월(梅梢上月), 즉 ‘나뭇가지 끝의 달’을 그린 것으로, 이는 중국어로 ‘미수상락(眉壽常樂)’, 즉 ‘오래살고 항상 즐겁다’는 사자성어와 동음이어서 그리게 된 것이다. 조선 후기에는 심사정의 <묵매도>와 김홍도의 <백매>가 대표적이며,

두 작품 모두 문기와 함께 감성적인 흥취가 두드러진다. 조선 말기는 우봉(又峰) 조희룡(趙熙龍,1789~1866) 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와 고람(古藍) 전기(田琦, 1825-1854)의 <매화초옥도梅花書屋圖>가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1897)의 병풍을 가득 채운 두 그루 거대한 홍백매화 그림도 특히 두드러진 조형적 요소로 인해 주목할 만하다.

  주2)이 말은 송대 문인 소옹(邵雍)의, “무릇 관물(觀物)이라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리(理)로 보는 것이다. 천하의 물(物)은 리(理)가 있지 않은 것이 없고, 성(性)이 있지 않은 것이 없으며, 명(命)이 있지 않은 것이 없다.”라는 말에서 유래 한다.

 

 

 

 

 

 

 

  자연의 생명력

 

 The Natural Life Force

 황의필- 2000, 11, 갤러리 공간 초대전  서문

 

Eipil Whang - Nov, 2000

 

 

 

  때론 작가는 하나의 성공적인 자신에 대한 화풍이 수립되면  그것을 곧 독단적인 보고로 변형해 버리는 인간의 자연스럽 오류를 종종 범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관념의 형성에 관한 어떠한 실험적 접근에 내재하는 당황스러움의 순간에 직면하게 되면 항상 물러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경계하고 나아가는 작가가 있는데 이가 바로 김창한이다.

  김창한은 지금까지 3번의 개인전이 있었다. 91년에는 원초적인 인간과 자연에 대하여, 94년에는 삶과 자연을, 95년에는 추억과 자신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 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잠자리(곤충)에 대한 자연과 순수한 생명력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번에 발표하는 <비행>(飛行), <잠자리-날자>, <추억만들기> 등은 유채, 아크릴, 수채로 그 표현의 영역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캔바스의 여백이 그대로  드러나는 양상이 취해지고 있는데 이는 생명에 대한 호흡을 의미한다.
  또한 그의 화면은 강렬한 색채가 가차없이 퍼부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그토록 갈구하고자 했던 힘이요 생명력인 것이다. 그리고 둔탁하게 덧칠해진 표현은 무엇인가가에 이끌리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의 화작(畵作) 중 <추억만들기 3>은 화면을 사각으로 등분한 위에 잠자리를 생동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각각의 분할된 공간을 한 쪽은 평필(平筆)로, 그리고 한쪽은 공허한 백색 바탕을 그대로 살리면서 잠자리만이 날고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탐구와 관련해서 볼 때, 김창한은 집중된 도식(문양)을 통하여 사물을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도식이란 직접적 관찰의 범위를 훨씬 초월하는 상상력의 세계를 포섭한다. 즉 이러한 도식화(schematization)작업은 상상력의 소산이며, 지성적(intellectual)인 동시에 감성적(sensible)이다.

   그의 <추억만들기> 시리즈가 말해주듯이 과거 지나간 의식이나 형상들에 대단한 관심이 있어 보인다. 즉 그가 회상에 대한 잠자리라는 문양이나 형상들을 표현하는 진정한 용도는 바로 우리가 흔적과 본능으로부터 실천의 탐구와 사변의 탐구에 관한 일반적 원리들을 뽑아낼 수 있다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즉각적인 사실을 초월하는 것은 바로 사변의 본직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는 곧 의문에 대한 탐구에 있는 것이다. 즉 사변에 대한 임무는 사유로 하여금 창조적인 미래를 창출해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른바 사변 이성은 관념의 세계에 대한 미래의 창조를 강조하며, 또한 관념의 체계는 관찰을 내포하기도 한다.

  흔히 초월할 그 무엇이 없는 상태를 "무방지인(無方之人)"이라 한다. 이는 곧 복속(服屬)이 아니라 자유를 갈망한다.  "무방", 그것은 궁극적으로 세속적인 내(內)와 외(外)의 구분이 본질적으로 해소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그는 잠자리를 통해서 자유에 대한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호흡이 바로 생명력 그 자체인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 작가가 잠자리라는 상징에 대해서 행동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상징된 궁극적인 사물에 대한 여러 가지 관련도 직접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또한 그러한 상징은 그 자체로서는, 그 직접적 연합적 힘이 자동적 순응을 발출하는데 불충분한 사실들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경험이 더욱 더 필요하다. 즉 무엇을 체험했다 했을 때의 경험주의는 즉각적 목전의 이해에 의해 감금된다. 그러한 것을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혹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명료하게 획득하면 할수록 결정으로 선행에 처한 방법과 즉각적으로 조화되기를 거부하는 증거의 사계들이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
  여기서 조정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것은 사고와 행동의 통합을 변호하며, 이러한 것에 의하여 생명적 발상과 충동은 존재의 핵심이며 만족으로서 자신을 표현한다.
  그러한 표현중에, 코스모스 위로 가볍게 날아오르는 잠자리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추억만들기 1,5>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잠자리에 대한 형상, 혹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각가지 화려한 색상이나 여백들은 대자연에 대한 자유를 갈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적 자유의 획득이란 그러한 것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의미하며, 더욱이 이러한 총체적 파악이란 통시적(通時的) 가능성의 공시적(共時的) 압축태가 공존해 있음에 다름 아니다.

 

  그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자연을 본질적 대상으로 인식해 가고 있으며, 유기와 비유기의 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다. 또한 무엇인가를 발견하려 하기도 하고 추구하려 하기도 한다.
  이는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새로운 태도이자 관점이다. 그리고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즉 "무우신명이동우애락"(茂于神明而同于哀樂)과도 같은 격조(格調)와 풍모(風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곧 형상을 통하여 정신세계를 묘사한다는 "이형사신"(以形寫新)에 다름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림을 그리려는 사람은 반드시 "의경"(意境)을 통하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역시 마음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은 의지(意)이다. 그리고 의지의 본체는 지식(知)이다. 따라서 의지의 지향은 사물(事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지의 표현중에, 그의 화작(畵作)인 <비행>(飛行)은 캔바스 천의  여유로움과는 대조적으로 살아 꿈틀거리는 잠자리가 무엇인가에 이끌리기라도한 듯히 한쪽 방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것 역시 여백의 문한한 생명력과 현실에서 보이는 의지의 생명이 공존하고 있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일반적으로 형상을 취한다는 것, 이것은 단지 외적 조건에 불과하다. 어떠한 외적 조건이란 것은 내적 경험을 연마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비록 그는 문양을 그렸지만 내적으로 승화시키는 파괴작업을 해 왔다. 이처럼 그가 하나의 의식의 세계를 갈구하는 것은 내적 자기변형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창한의 예술적 본질에는 "신운"(神運)이 강조된다. 이러한 "신운"은 한 개인적 본질의 드러남이며, 이는 곧 인간의 생명력(生氣, 生意)과도 친화를 가지게 됨을 알 수 있다.

   역시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의식의 사상, 그리고 미학은 "자유를 향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심미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가 걸어가고자 하는 예술의 길(藝道)에 무한한 "중득심원"(中得心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Sometimes artists make mistakes which ultimately transform their art style dogmatically.
This happens especially when they take on concepts beyond their ability. Changhan Kim is cautious about the subject matter which he chooses.

 

  Kim has held three solo shows before this exhibition. His 1991 exhibition was about human and natural purity.
 The exhibition held in 1994 was about life and nature. And in his 1995 exhibition, which reflected his concerns regarding memory and nature, he evoked the life force of nature with images of the dragonfly.



  He uses various painting materials (oil, watercolors, acrylics) in this series of works: "The Flying," "Dragonfly - Let's Fly," & "Making memories." The empty space in these pieces signifies the breathing of nature.
The loud colors express power and life.

 

  In his painting, "Making Memory 3," Kim illustrates dragonflies vitally in four divided parts.
In one part, he paints heavily with a flat brush, and in another he chooses to leave much empty space.

  In this type of painting, we can see that he observes his subject in the concentrated schema.
This schema embraces the world of imagination beyond the real observation. That is to say, this schema results from an imagination informed intellectually as well as via the senses.

 

  Kim seems to have much concern about the past. This is clear in the series, "Making Memories." He applies the image of the dragonfly as a device to express his memories. Its real use is to enable the viewer to derive the general principle from its example, and to speculate beyond its trace into the realm of instinctual understanding.
The essence of this speculation is a transcendental attitude toward actual phenomena and continual pursuit of questions.
In other words, the aim of this speculation is creatively to derive the future. What is called 'speculative reason' emphasizes creation of future in the conceptual world, a system in which concepts embrace observations.



  Generally, the situation in which there is no transcendence is known by the philosophical term 'MuBangJeein' This is not necessarily subjection but does involve a longing for freedom, for the state in which there's no border between inside and outside: the Chinese concept of 'MuBang' -- no direction.



  Ultimately, the viewer may breathe freedom with the dragonfly. This breathing is the very force of life. The artist's reaction to the symbol of the dragonfly means that he can eliminate various related aspects of the actual object.

 

  We can feel Kim's longing for freedom with nature in the empty space and the images of the dragonflies in his paintings. He understands nature's essence consciously and unconsciously. His art is a journey, a pursuit. This viewpoint toward his art making and this attitude have much potential.
In this way, he struggles to describe the philosophical through the illustration of form.

 

  There is a freedom which can be achieved through exercising the mind and the will. Kim's  painting "The flying" is the expression of his will. In this painting, the dragonfly is painted on only one side as if it is drawn by something against the empty space of the canvas.
This kind of expression shows both the unlimited force of life derived from the empty space and the life of the will as seen in the reality of life.

 

  Generally, to draw or to paint something is to do no more than illustrate its external conditions. External characteristics cannot reach to the level of experience.
  Kim presses past the external to sublimate internally in his art making, even when drawing or painting a more formal image.
His longing for the world of consciousness creates metamorphosis in his internal world.

 

  Changhan Kim's art is suffused with supernatural energy. It reveals his essence and invites the viewer into relation with his vitality.
The ideology and the aesthetics he pursues have great value because they are essentially the force of life toward freedom. It is my hope that his way of making art continues to develop in this profound vein.